제자의 삶/예수제자훈련

소그룹 내 수다쟁이 대처법

로뎀의 엘리야 2009. 1. 17. 08:44

소그룹 내 수다쟁이 대처법

 

소그룹에서 가장 난감하면서도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은 한 사람의 장황한 수다가 소그룹의 상당량의 시간을 지배할 경우다. 제지를 하자니 그 사람이 상처를 입을 것 같고, 그냥말하게 두자니 다른 구성원들이 신경쓰인다. 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자.

소그룹을 포도원에 비유한다면, 소그룹 리더는 포도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생장과 결실을 촉진하는 포도원지기라고 할 수 있다. 포도원지기는 결코 포도나무를 자라게 할 수 없다. 포도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없다. 다만 생장과 결실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포도원지기는 포도원을 둘러 든든한 울타리를 치고, 약한 가지에는 필요한 버팀목을 세우고, 틈틈이 나는 잡초를 뽑고, 적당량의 물을 대고, 포도원을 해치는 여우로부터 포도원을 지킨다.

마찬가지로 소그룹 리더는 소그룹을 해칠 만한 요소와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소그룹 역동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 대화, 태도, 기타 요소들에 대한 한계를 정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그룹 과정에 개입하여 파괴적 요소와 변수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포도원을 해치는 여우가 들어왔다. 수다쟁이가 입을 연 것이다. 그가 대화 가운데로 들어오면 언제나 소그룹은 위기를 맞는다. 그가 입을 열면 서리가 내린 듯 포도원은 냉랭해진다. 어떤 구성원은 돌아앉기도 하며, 또 다른 구성원은 불편한 시선을 리더에게 던진다. 무엇인가 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강요를 담아서 말이다.


수다의 정의

말이 많다고 수다는 아니다. 어떤 특정한 주제를 두고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담긴 내용들을 길게 풀어내는 것을 수다의 범주에 담아 도매급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오히려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적극적 자기 공개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구성원이 모든 주제에 대하여 장황한 레퍼토리들을 풀어 놓는다면, 이것은 결국 소그룹 역동의 흐름을 부정적인 의미로 지배할 수 있는 수다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다의 문제점

그렇다면 수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수다를 방치할 경우 소그룹에는 어떤 부정적 영향이 생기게 될까?

첫째, 궤도 이탈이다. 소그룹 내에 수다쟁이가 있으면 대화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대화 주제의 흐름이 수다에 의해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게 될 수 있다.

둘째, 다른 구성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게 된다. 다른 구성원들의 나눔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고,
대화의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소그룹 역동에 균열과 붕괴가 발생한다.
수다쟁이는 스스로 구성원들에게서 소외될 수 있으며, 구성원들은 소그룹 역동의 가치와 의미를 경험하지 못하고 마음을 닫아 버리거나, 심할 경우에는 소그룹을 떠날 수도 있다.


수다에 대한 진단

수다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첫째, 내면적 자아의 틀이 박약하기 때문이다. 내면세계의 연약함은 종종 수다를 방어기제로 삼을 수가 있다.

둘째, 침묵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소그룹의 역동을 도우려는 동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그룹 과정은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셋째,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 하기 때문이다. 수다는 소그룹 안에서의 자기 역할을 과시하고자 하는 동기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넷째, 소그룹 내에서 부모노릇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령과 직분 등으로 인해 그룹 내에서 충고를 하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이다.

다섯째, 타인의 감정과 관심사를 무시한 일종의 자기도취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자세가 수다의 옷을 입고 나타날 수도 있다.
          

수다에 대한 처방

그렇다면 소그룹 내에서 소그룹의 역동성을 해치는 수다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편의상 수다쟁이 훈련생을 김 집사로 가정한다.

첫째,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서약을 하게 한다. 일종의 구조적인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룹 과정에서 수다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대도 리더는 개입하기가 더 용이해진다.

둘째, 소그룹 과정을 진행할 때 답변을 간단히 하도록 요구하라. 짧은 답변을 원한다는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한두 문장 정도로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셋째, 여러 사람에게 함께 답변을 요구하라. 특정한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함으로써 수다쟁이 멤버 역시도 그 중 한 부분만을 담당해야 함을 알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몇몇 분들의 말씀을 듣고 싶네요.”

넷째, 나눔의 순서를 지목하라. 구체적으로 대화에 들어오는 순서를 정해 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이 집사님께서 말씀을 해주시죠.” “이번에는 박 집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집사님께서 나누어 주시죠.”

다섯째,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라. 토론 중에는 가급적 끼어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해야 할 때가 있다. 김 집사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후라든가, 다시 말문을 열려고 할 때 강하면서도 친절하게 말하며 개입한다.

“감사합니다, 김 집사님. 참 좋은 의견입니다. 그러면 송 집사님께서는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네요.” “김 집사님, 잠시만요. 좋은 생각을 많이 하셨는데, 우리가 흐름을 놓칠까봐 염려가 되네요. 요점을 한 가지로 압축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싶네요.”

여섯째, 소그룹을 끌어들이라. 선을 넘어서면 멤버들로 하여금 약간은 장난스럽게 지적할 수 있다. “김 집사님, 땡!” “시간 초과!”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멤버 자신에게 내면화되면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따로 만나 말하라. 수다쟁이는 자기가 소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그러한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을 수 있다.

“김 집사님, 저는 김 집사님이 항상 우리 소그룹에 성실하게 참여해주시고, 답변도 잘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그룹에 애착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늘 느낍니다. 그래서 도움을 한 가지 청하고 싶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집사님만큼 풍성한 답변을 잘 할 수 없습니다. 또 집사님이 완벽하게 대답하면 다른 멤버들은 거기에 대해 보탤 것이 더 없다고 생각하고 위축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집사님이 조금만 양보해 주시면 다른 멤버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덟째, 기도하라. 개인기도 시간에 소그룹 멤버들을 위해 기도할 때 주님께서 수다쟁이 김 집사의 행동이 소그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시도록 기도하라. 성령께 민감하도록 간구하라. 또한 그 입술이 지혜와 생명의 입술이 되도록 축복하라.

리더는 포도원지기다. 맡겨 주신 소그룹을 기름지고 안전한 포도원으로 가꾸어, 모든 나뭇가지들마다 단물 가득 찬 열매들을 맺도록 소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도원을 해치는 수다쟁이 여우를 다룰 수 있는 원리와 실제도 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포도원 주인 되신 하나님의 품에 풍성한 포도 수확을 안겨 드리고, 그 열매와 포도주를 열방까지 자랑하여 운행하시도록!

-‘디사이플’ 2008년 12월호(국제제자훈련원)에서